한솔 Han Sol
2018, 37′02″
20대를 통째로 함께한, 10년간 사귀었던 옛 연인을 담은 영상.
돈 되지 않는 일- 예술과 글쓰기, 아빠의 죽음, 레즈비언 생활. 그가 골몰하는 세계는 정상성의 세상이 말하는 성장과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. 취직에 실패하고, 조울증과 알코올중독 등 각종 병증에서 헤어나올 수 없음에도 이렇게 사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. 우릴 보고 누군가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,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한다.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 이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어떤 변명이 되길 바라며 그의 모습을 찍었다.
플래시백
2026, 30–40′
이연숙 작가가 나와 만나고 있던 20대 시절 방대하게 기록했던 일기를 책으로 낸 《여기서는 여기서만 가능한》(2024, 난다)과 내가 찍어두었던 그의 영상을 보며 지난 시절을 되돌아본다. 그 책에 내 이야기는 몇 페이지 되지 않는다. 그럼에도 나는 책의 표지를 쉽게 열어볼 수가 없다. 그의 글은 송곳처럼 나를 찌른다. 그것들이 무뎌질 때까지 열어보며, 이제는 답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.
그때 그 시간들은 무엇이었을까?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내던져져 있던 시간. 가난과 지리멸렬, 답 없는 분투를 공유했던 시간.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시간. 나를 키운 연인과의 한 철이 무엇이고 어땠는지 충분하게 기억하며, 흩어진 증거를 모아 최고의 변호를 해보려 한다. 7년이나 지나고 나니 이제야 보인다. 그 시간의 흔적은 내 얼굴과 몸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는 것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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‹떠난 적 없는 곳› 영상 상영회
‹떠난 적 없는 곳›은 6월 27일 스페이스 T에서 진행되는 홍지영, 황아림, 한솔의 영상 상영회이다.
우리는 우리가 떠난 적 없는 곳에 대해, 앞으로도 떠나지 않을 곳에 대해 이야기한다. 전 애인과, 살았던 마을과, 지난 시간과 이별한 우리는 그 기억을 버릴 수도, 잊을 수도, 그대로 둘 수도 없어, 그걸 다 먹어치워 우리의 살과 뼈로 삼고 살아가기로 한다. 이 상영회는 소화불량이고, 죽은 여자친구의 불알을 붙잡는 일이며, 퀴어 인다라망이다. 무덤 위에서 추는 춤이다.
일시: 2026. 6. 27.
1회차 : 6월 27일 (토) 16:00 - 18:20
2회차 : 6월 27일 (토) 20:00 - 22:20
장소: 스페이스 T (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로34, 로데오왁 403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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